서요한 목사 동행일기 / 2022. 2. 12

새벽에 겨우 한시간 기도했습니다. 두시간 기도하던 간절함이 무뎌졌습니다. 장담하던 베드로가 주님을 부인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베드로 만큼 훌륭한 순교자가 되면 큰 영광이겠습니다. 어제 주일 설교가 그 내용이었습니다. 베드로는 거센 물결을 눈으로 보고 무서움에 사로잡혀 물에 빠졌습니다. 그런 믿음이었기에 멀찍이 떨어져서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 보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성령의 충만함이 베드로를 변화시킵니다. 신약교회의 시작이 성령 충만이었고, 방언을 듣고 술취했다 하는 사람들에게 첫 설교자로 선 베드로였고, 성전 미문에서 앉은뱅이를 일으킨 선포자가 베드로 였습니다. 결국엔 거꾸로 십자가에 달려 순교했다고 전해지는 베드로의 믿음과 삶입니다. 과거의 베드로는 닮으면 안되지만, 성령 받은 이후의 베드로는 신실한 선교사이며, 헌신된 순교자였습니다. 몇해전 가까운 곳에서 목회를 시작하신 멋진 목사님과 베드로를 두고 대화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 이야기로 시작한 어제 베드로 설교였습니다. 베드로에게도 부끄러운 과거가 있었지만, 변화된 이후의 베드로를 설교하면서, 제게 성령 충만함의 사역이 시작되길 기도하게 되었습니다. 베드로의 믿음을 온전히 닮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오늘은 미뤄둔 일들을 아침부터 하나씩 정리해 봅니다. 분배하고 위임하는 일을 잘 못해서 늘 혼자 씨름하는 편입니다. 자원하는 분들은 실력과 상관없이 함께 일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좋은 마음이 듭니다. 헌신하는 것 자체가 너무 좋습니다. 동역하는 것 자체가 기쁨입니다. 결과물이 좀 못나와도 괜찮습니다. 늘 그렇게 사역했습니다. 프레이즈 예술신학교 1학년 때 만난 제자들, 대부분 초보자들인데 기쁘게 함께 했고, 지금은 대부분 목사님들이 되었습니다. 목회도 마찬가지 입니다. 주보도, 달력도, 영상도, 찬양도, 탁구도, 커피도.. 귀한 분들의 동역으로 기쁘게 잘 이어가고 있습니다. 더욱 다양한 영역에서 누군가 헌신해 주면, 많은 부분을 함께 잘 나누고 싶습니다.

점심에는 단돈 3천원에 행복한 자장면을 먹고, 저녁엔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카레라이스를 먹었습니다. 은지는 체육관에서 태권도를 배웁니다. 한시간만 더 운동하고 온다기에 그러라 했는데, 두시간이 지나도 안옵니다. 체육관에 전화해도 전화를 안받고, 은지에게 전화해도 안받습니다. 아마 한 30분도 지나지 않았을텐데, 여기저기 수십통 전화를 하며, 무슨 일인가 싶어 안절부절 못합니다. 아무리 전화해도 안받으니 별별 걱정을 다하며, 결국 체육관으로 달려갑니다. 불이 켜져 있길래, 문을 확 열어젖힙니다. 안에서 운동하고 있습니다. 모두들 놀란 표정입니다.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은지를 보고, 나오라고 사인을 보냅니다. 은지도 놀랬는지 연신 미안하다며 가방을 들고 나옵니다. 운동하는 시간에는 체육관도 전화 안받고 아니 못받고, 은지도 핸드폰을 못받은 겁니다. 어디로도 전화 연결이 안되니, 아내와 저는 그 짧은 시간에 태산 같은 걱정을 한 겁니다. 혹시 모르니 아내는 집에서 기다리고, 저는 체육관 문을 쾅하고 열었던 겁니다. 은지를 데리고 집에 오니, 아내가 웃습니다. 제 모습이 우스꽝스러운가 봅니다. 깜놀 해프닝이었습니다. 그래도 은지 얼굴을 보는 순간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아비의 마음이구나 싶습니다. 하나님 아버지께서 이렇게 지켜보시고 인도하신다 여겨지는 밤입니다. 주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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